아침에 울리는 알람에 바딱바딱 일어나는가? 어릴 적에는 엄마의 심부름, 커서는 본인의 필요에 의한 것이더라도 계획치 않던 외출은 역시 괴롭지 않은가?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빨래도 청소도 마감도 코 앞에 닥쳐야 하지 않는가? 

인정하자, 우리는 게으르다. 

인간은 게으름을 타고 났다. 수정이 될 때까지야 정자가 기를 쓰고 헤엄쳐갔다지만, 착상된 다음에는 뭘하고 있는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엄마 등골을 빨아먹으며[각주:1] 열 달동안 잘 자고 가끔 하이킥하면서 성질 내다가 때가 되어 세상 빛을 본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심지어 씻겨주기까지 하는 호사스런 삶을 살던 당신은 점점 self의 단계로 접어들어간다. 스스로 해내는 것에 대한 기쁨도 누리고, 호기심을 해결하는 데 재미를 찾기도 한다. 허나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던가. 좋았던 날을 그리워하는 뭇사람들처럼 당신도 뼛속 깊이 내제되어있던 '수발에 대한 그리움'이 발동한다. 왕실이나 군대가 왜 생겼겠는가. 공짜가 아니라면 지불해얄 텐데, 그건 아까우니까 권력으로 굴복시켜야지. 그걸 체제나 알력 등으로 얘기하는 건 좀 더 발전시켜야될 것이고.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눕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잠언 6:9~11) 이토록 옳으면서도 반감이 생기는 문구가 없다.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당연한 사람 심리거늘. 그런데 그게 왜 잘못되었는가?

홍정욱의 '7막 7장', 장승수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까지. 감기처럼 번진 열망의 베스트셀러들을 보면서 자란 당신은 그들의 말에 따라 열심히 살지 못한 인생을 자책하거나, 그저 성공한 다른 세계의 인간으로 치부하며 현실을 외면했을런지 모른다. 아침형 인간이라느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느니. 그거 읽어서, 삶이 좀 윤택해졌는가? 당신의 인생이 정말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라. 진짜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들, 내 대답은 하나다.


뻥치시네.
 

장담컨데 당신이 그럴 사람이었다면, 이 글을 읽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첫 문단에서 찔렸으니까 적어도 스크롤을 내려볼 생각을 했겠지. 나 역시 어려서부터 경전에 무수한 위인전과 카테고리 네이밍 자체가 에러인 자기계발서들에 둘러싸여 자라오며 끊임없는 의문을 품어왔다. 왜 우리는 잘난 저이들에 치여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냔 말이다. 인정할 건 하자. 저네들은 우리랑 다르다니깐. 

그냥 우린 좀 게으를 뿐이다. 
 
우리가 못하는 게 아냐. 우리가 안하는 것뿐. 나오는 뱃살은 내가 잘 먹고 잘 산 태가 제대로 나는 거고, 어지러운 방구석은 내 생활에 최적화 되어있는 건데? (실제로 당신은 방에 '가위'가 어디 있는지 물으면 바로 찾을 수 있잖는가?) 읽지 않은 책은 읽기 위해 존재하고 당신이 솔로인 이유는 커플이 되기위해서다. 일일이 스트레스 받아도 괜찮을 정도로 당신의 신경줄, 튼튼한가? 자기 합리화의 정점에 서면, 만사가 편해진다. 되도 않을 위로에 감상 젖을 바에야 그게 합리화임을 인정하고 적어도 도망치지만 않으면 된다. 기왕 게으를 거, 오늘까지만 더 게으르자. 내일 세상이 끝나면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게으름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어떨까?

  1. 이 습성은 끝까지 남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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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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